베트남 북부 여행 — 패키지가 보여주지 않는 것들 | Vietgil

처음 하노이에 내렸을 때의 느낌은 계절마다 다르다.

여름에 도착하면 비행기 문이 열리기도 전에 공기가 먼저 들어온다. 무겁고 습하다. 폐 안으로 더운 김이 직접 들어오는 느낌이다. 겨울에 내리면 반대다. 동남아라고 얕봤다가 얇은 옷 한 겹으로 하노이 1월을 맞이한 분들은 안다. 뼈 속까지 파고드는 습한 냉기가 있다는 것을. 봄과 가을은 또 다르다. 안개처럼 내리는 가랑비, 그리고 냄새.

하노이의 냄새는 계절을 탄다. 건기의 하노이는 텁텁하다. 매연과 먼지와 오래된 도시의 냄새가 섞인,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 번 맡으면 잊히지 않는 냄새. 우기가 시작되면 빗물이 아스팔트를 적시면서 그 냄새가 조금 씻긴다. 그리고 초여름, 5월에서 6월 사이, 하노이 구시가지 어느 골목을 걷다 보면 갑자기 달콤하고 묵직한 향이 밀려온다. 밤꽃이다. 그 향이 날 때면 하노이가 다른 도시가 된다. 오래된 것들이 잠시 숨을 쉬는 것 같다.

그것이 십 년 전의 첫인상이었다.


하롱베이가 보이는 창문 앞

나는 지금 하롱베이에 산다. 베트남 사람과 결혼했고, 아이들이 둘 있다. 투어가이드를 하면서 여행사도 운영하고 있고, 베트남에 몇 가지 투자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출발해 이곳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

그러니까 이 블로그를 쓰는 사람은 여행자가 아니다.

여기서 산다.


베트남 북부는 남부와 분위기가 다르다. 이것을 먼저 말해두고 싶다.

호치민, 다낭, 나트랑을 다녀온 분들이 하노이에 오면 종종 이렇게 말한다. 뭔가 다르다고. 덜 부드럽고, 더 거칠고, 낯선 긴장감이 있다고. 솔직히 말하면, 입국 심사를 받을 때는 실제로 그렇다. 창구 너머의 표정은 딱딱하고, 줄은 길고, 분위기는 사무적이다. 그 첫 관문에서 압도당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시내로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노이는 관광객을 위해 멈추지 않는 도시다. 그냥 살고 있다. 그 무관심이 처음엔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게 오히려 자유라는 것을. 구시가지 골목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분짜를 먹을 때,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먹고 있으면 된다.

투박하지만 솔직한 도시다.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익숙해지면 편하다.


밤바다 위 크루즈 불빛 + 오징어잡이 어선 집어등. 불빛이 물에 반사되는 장면

하롱베이는 세계자연유산이다. 수천 개의 석회암 섬이 바다 위에 솟아 있고, 매일 아침 안개가 그 섬들을 반쯤 가린다.

나는 그 앞에서 산다.

낮에는 창밖으로 크루즈들이 섬 사이를 오간다. 밤이 되면 풍경이 바뀐다. 불빛들이 바다 위에 흩어진다. 크루즈의 불빛과, 오징어 낚시를 나간 어선들의 불빛. 어선들은 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해 강한 집어등을 달고 나가는데, 멀리서 보면 바다 위에 작은 별들이 내려앉은 것 같다. 그 장면은 십 년이 지나도 아직 배경이 되지 않았다.

아마 그런 것들이 있다.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


아침 사파의 호텔 테라스, 계단식 논, 안개

사파는 또 다른 세계다.

해발 1500미터.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계단식 논이 능선을 따라 펼쳐지고, 몽족 여성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시장을 걷는다. 하노이에서 밤 기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하면 기온이 10도 이상 차이 난다. 베트남이 이렇게 추울 수 있다는 것을 사파에서 처음 아는 분들이 많다.

닌빈은 더 조용하다. 배를 타고 석회암 산 사이를 지나는데, 노를 젓는 아주머니가 발로 노를 젓는다. 손이 아니라 발로. 그렇게 수십 년을 해온 솜씨다. 그 골짜기 안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


십 년간 이 지역을 안내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왜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어요.”

패키지 여행으로 베트남 북부를 다녀온 분들은 대부분 비슷한 동선을 밟는다. 정해진 식당, 정해진 기념품 가게, 정해진 포토존. 물론 그것도 여행이다. 그러나 그것은 베트남의 표면이다.

그 아래에 다른 층위가 있다.

골목 안쪽의 시간, 현지인들이 새벽에 먹는 음식,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 가이드 없이는 절대 알 수 없는 길들. 나는 그것들을 십 년 동안 봐왔다. 그리고 그것들이 진짜 베트남 북부라고 생각한다.


호안끼엠의 응옥썬사원 야경 모습

vietgil.com은 그 깊이를 나누려고 만든 공간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오래 남는다. 한 번 오고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다시 오고 싶어지는 여행. 다음에는 저 골목을 직접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 그런 경험을 위한 정보와 이야기를 이곳에 쓸 생각이다.

베트남 북부가 처음인 분께도, 다시 오고 싶은 분께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길 위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자.


글쓴이는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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