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와 판시판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사진 찍고 내려왔어요.”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게 다녀올 수 있다. 케이블카는 빠르고, 정상은 높고, 사진은 잘 나온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이렇게 말한다. “판시판 다녀왔어.” 인도차이나 최고봉, 해발 3,143미터. “나 거기 가 봤어.”
그런데 뭔가 남지 않는다.
나는 수 년째 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하노이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4시간 달리고, 산길을 1시간 올라가는 그 길. 수백 번을 다녔는데 아직도 그 마지막 커브를 돌 때마다 같은 느낌이 온다. 차창 밖으로 갑자기 펼쳐지는 풍경. 아래로는 깊은 골짜기, 위로는 구름. 그 사이에 도시가 있다.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되는 느낌.
베트남인데 베트남 같지 않다. 공기가 다르고, 빛이 다르고,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른다. 하노이의 소음과 열기가 저 아래 어딘가에 남겨진 것 같다. 여기서는 아침에 안개가 골짜기를 채우고, 낮에는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저녁이 되면 하늘이 낮아진다. 정말로, 하늘이 손에 닿을 것처럼 낮아진다.


판시판은 그 도시 위에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 해발 3,143미터. 맑은 날 사파 시내에서 고개를 들면 구름 위로 솟은 봉우리가 보인다. 저 꼭대기에 서면 무엇이 보일까.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나도 그 질문을 품었다.
정상에 올라서야 알았다. 거기서 보이는 건 풍경이 아니었다.
나를 보게 됐다.
사파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만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가 봤다”로 끝내기엔 이곳이 너무 아깝다. 케이블카를 타도 좋고, 트레킹을 해도 좋다. 그런데 그 전에, 이 산이 어떤 산인지, 이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이곳에서 수백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조금만 알고 가면 — 같은 풍경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경험이 된다.
베트남 북부 여행 관련 시리즈는 그 경험을 위해 쓴다. 사파로 가는 방법부터, 라오까이 이야기, 사파의 사람들, 그리고 판시판까지. 한 편씩 읽다 보면 출발 전부터 이미 그 산 위에 서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다음 편: 버스로, 기차로, 혹은 핸들을 잡고 — 사파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글쓴이는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 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