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라면 조리법 2편 — 하노이 마트에서 산 라면, 직접 끓여봤다

하노이 롱비엔 다리 근처 윈마트(WinMart)에서, 손님이 라면 진열대 앞에 멈춰 섰다. “가이드님, 이 라면 다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제일 맛있어요?” 하롱베이에 자리 잡은 지 10년,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늘 같은 봉지를 집어 든다. 빨간 새우 그림이 그려진 하오하오(Hảo Hảo) 새우맛이다.

1편에서는 베트남 라면의 종류와 브랜드를 정리했다. 이번엔 한 걸음 더 들어가, 그 라면을 실제로 숙소 주방에서 끓여 본 이야기를 하려 한다. 봉지 뒷면 조리법은 베트남어라 읽을 수 없고, 라면이 친근한 우리는 딱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직접 끓여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날 손님과 나는 숙소로 돌아가 휴대용 버너에 냄비를 올렸다. 결과부터 말하면, 봉지 겉면 사진과 실제로 끓인 라면은 완전히 다른 음식처럼 보였다. 그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지, 그리고 국물 없이 볶아 먹는 미싸오(mì xào)는 또 어떻게 다른지—오늘은 그 이야기다.

하노이 마트 라면 코너, 관광객 눈에는 뭐가 다를까

윈마트나 코업마트(Coopmart) 라면 코너에 서면 매대 하나를 통째로 채운 봉지 라면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처음 보는 손님들은 여기서 얼어붙는다. 포장이 화려하고 글자를 읽을 수 없으니, 결국 브랜드 로고나 패키지 색으로 고르게 된다. 나는 늘 세 가지만 짚어 준다. 하오하오(Hảo Hảo)는 국물용 기본형이고, 오모찐(Omachi)은 감자면이라 좀 더 쫄깃하며, 미고랭 스타일은 처음부터 국물 없이 볶아 먹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손님이 집어 든 새우맛 하오하오는 사실 베트남에서 가장 흔한 선택이다. 에이스쿡 베트남(Acecook Vietnam)이 만드는 이 라면은 한때 베트남 라면 시장의 43%를 차지했고, 2016년 한 해에만 약 30억 봉지가 팔렸다(연 매출 약 9조 동, vietnamplus.vn 보도 기준). 숫자로만 보면 실감이 안 나지만, 마트 매대 절반이 왜 이 브랜드로 채워져 있는지는 직접 서 보면 이해가 된다.

베트남 라면, 그냥 물만 부으면 끝 아닌가요?

아니다. 봉지에 적힌 대로 뜨거운 물만 붓고 3분 기다리면 면은 익지만, 스프 봉지 세 개(건더기, 액상 소스, 고춧가루 기름)를 순서 없이 한꺼번에 넣으면 짜고 밍밍한 맛이 동시에 나는 실패작이 된다. 핵심은 물의 양과 스프를 넣는 순서다.

그날 우리가 실제로 한 방식은 이렇다. 먼저 냄비에 물 400~450밀리리터를 끓인다. 봉지 뒷면 권장량보다 살짝 적게 잡는 게 요령인데, 물이 너무 많으면 국물이 싱거워지기 때문이다. 물이 팔팔 끓으면 면을 넣고 1분 30초 정도 부드럽게 풀어지도록 젓는다. 이 시점에 불을 줄이고 고춧가루 기름 스프부터 넣는다. 기름 성분이라 열이 있어야 잘 풀리기 때문이다. 그다음 액상 소스, 마지막으로 건더기 스프 순서로 넣고 30초만 더 끓인 뒤 불을 끈다. 손님은 이 순서를 지켰을 뿐인데 “마트에서 봤던 사진이랑 비슷한 색이 났다”며 신기해했다.

베트남 새우라면 끓이는 법을 보여주는 냄비 속 하오하오 라면

계란을 넣고 싶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액상 소스를 넣은 직후, 면이 아직 살짝 덜 익었을 때 계란을 깨 넣고 젓지 않은 채로 10~15초만 기다린다. 그래야 수란처럼 반숙 상태로 굳는다. 너무 일찍 저어 버리면 계란이 국물에 풀어져 탁해진다. 사소해 보이지만, 관광객이 만든 라면과 현지 가정식 라면의 완성도 차이는 대부분 이 15초에서 갈린다.

미싸오 — 국물 없이 볶아 먹는 또 다른 라면

같은 하오하오 봉지로 전혀 다른 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 하노이 사람들이 아침 대용으로 즐겨 먹는 미싸오(mì xào)다. 국물을 만들지 않고, 면을 살짝만 데쳐 건진 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는 방식이다.

물을 끓여 면을 40초 정도만 데친다. 완전히 익히면 볶을 때 뭉개지므로 심이 살짝 남은 상태에서 건져야 한다.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먼저 볶아 향을 낸 다음, 건진 면과 함께 봉지 속 건더기 스프, 액상 소스 절반만 넣고 센 불에서 빠르게 뒤섞는다. 국물용으로 만들 때보다 소스를 적게 넣는 게 요령인데, 국물이 없으니 그대로가 간의 전부가 되기 때문이다. 계란 하나를 풀어 프라이 한 뒤 위에 얹고, 라임을 살짝 짜면 하노이 골목 노점에서 파는 맛에 가까워진다.

베트남 라면 조리법으로 볶아 만든 미싸오 볶음면 완성 접시

사파나 닌빈처럼 취사가 어려운 숙소에서는 이 조리법을 쓸 일이 적지만, 하노이 구시가지의 미니 호텔이나 에어비앤비에는 인덕션 하나쯤 있는 경우가 많다. 트레킹을 앞두고 투어를 문의하시는 분들께는, 숙소에 조리 도구가 있는지부터 미리 확인해 드린다. 사파 트레킹 준비 전 궁금한 점이 있다면 투어 문의로 편하게 물어보셔도 된다.

관광객이 사 가는 라면과 현지인이 먹는 라면은 같을까

베트남은 라면 소비량 기준 세계 3위 국가다. 세계라면협회(WINA)가 집계한 2022년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만 한 해 84억 8천만 개의 라면이 소비됐고,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약 85봉지에 달한다. 인도와 일본을 앞지른 순위다. 이 숫자를 손님들께 말씀드리면 다들 놀라시는데, 정작 마트에서 손님들이 담는 라면은 현지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경우가 많다.

관광객은 대부분 작은 컵라면이나 포장이 예쁜 선물용 세트를 고른다. 반면 현지인 장바구니에는 낱개로 30봉지씩 묶인 비닐 팩이 담겨 있다. 가격 차이도 크지만, 더 큰 차이는 용도다. 현지인에게 하오하오는 매일 먹는 주식에 가깝고, 관광객에게는 한국 돌아가서 친구에게 나눠줄 기념품에 가깝다.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라면 봉지를 두고 완전히 다른 필요가 만난다는 게 흥미롭다. 나도 10년째 이 라면을 먹지만, 손님과 함께 끓여 볼 때마다 매번 스프 순서를 다시 설명하게 된다. 그만큼 사소해 보여도 놓치기 쉬운 디테일이라는 뜻이다.

라면 하나로 이야기할 게 이렇게 많을 줄, 나도 하롱베이에 처음 왔을 땐 몰랐다. 다음 편에서는 마트에서 라면과 함께 담게 되는 다른 기념품들—커피, 소스류, 말린 과일—을 정리해 보려 한다. 오늘 소개한 조리법이 여행 중 숙소에서 한 번쯤 쓸모 있길 바란다.

사파나 닌빈으로 이어지는 다음 일정을 준비 중이시라면, 10년 경험을 가진 가이드가 직접 동행하는 투어도 가능하다. 👉 투어 문의하기

더 다양한 베트남 라면 브랜드와 종류가 궁금하다면 1편, 베트남 라면 종류 총정리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한다. 하노이에서 라면 말고 현지인이 실제로 즐겨 찾는 식당이 궁금하다면 하노이 맛집 가이드도 함께 참고하면 좋다.

본문에 인용된 베트남 라면 소비량·시장 통계는 세계라면협회(WINA) 및 vietnamplus.vn 보도를 근거로 작성했습니다.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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