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커피 종류 완벽 정리 1편 — 프랑스가 심고 세계가 마신다

하노이 구시가지, 새벽 다섯 시. 쩐 흥 다오 거리를 가로질러 골목으로 접어들면, 플라스틱 의자 두세 개와 낡은 테이블 하나가 전부인 카페가 이미 불을 밝히고 있다. 주인 할머니는 말없이 핀(phin) 필터를 잔 위에 올려놓는다. 진갈색 방울이 하나씩 낙하하는 동안 손님 둘이 조용히 담배 연기를 피워 올린다. 서두르는 사람은 없다. 도시가 깨어나기 전, 이 골목에는 커피 향만 흐른다.

베트남 커피 종류 — 하노이 골목 카페

베트남에 처음 도착한 여행자들이 공통으로 받는 질문이 있다. “카페가 왜 이렇게 많아요?” 하노이에만 카페가 7,000곳이 넘는다. 골목마다, 건물 1층마다, 심지어 이층 다락방에도 커피를 파는 공간이 있다. 이 밀도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베트남 커피 종류가 다양하고 그 하나하나에 역사가 얹혀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이 나라에서 커피가 왜 이렇게 일상의 중심에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뒤로 17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금 이 골목 카페에서 마시는 진하고 달콤한 한 잔은, 식민지 플랜테이션과 전쟁과 가난이 차례로 빚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1857년, 프랑스가 베트남에 커피를 심은 이유

1857년, 프랑스 선교사들이 베트남 중부 고산지대에 커피 묘목을 처음 들여왔다. 표면적인 명분은 종교였지만 실제 동력은 경제였다. 프랑스 식민정부는 인도차이나 반도를 플랜테이션 경제로 재편하려 했고, 커피는 그 설계의 핵심 작물이었다.

왜 하필 커피였나. 당시 프랑스는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 중 하나였다. 알제리와 마다가스카르에서 이미 플랜테이션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고, 아시아 식민지에도 같은 모델을 이식하려 했다. 베트남의 지형은 이상적으로 보였다. 남부 고원의 닥락(Đắk Lắk), 람동(Lâm Đồng) 지역은 해발 1,000미터 이상의 서늘한 공기와 충분한 강수량을 갖추고 있었다.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아라비카를 재배할 수 있는 기후였다.

초기에는 아라비카를 심었다. 그런데 20세기 초, 커피잎녹병(Coffee Leaf Rust)이 아라비카 농장을 반복해서 초토화시켰다. 농부들은 선택해야 했다. 그들이 고른 것이 로부스타(Robusta)였다. 해발 800미터 이하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하며, 수확량이 아라비카의 두 배에 달하는 품종이었다. 프랑스가 설계한 플랜테이션은 베트남 농부들의 손으로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자라기 시작했다.

도이머이(Đổi Mới) 개혁 이후인 1990년대, 베트남 커피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프랑스가 심은 씨앗이 100년 뒤에야 진짜 열매를 맺은 셈이다.


세계 2위 생산국 — 숫자로 보는 베트남 커피

브라질이 전 세계 커피의 약 38%를 생산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다음이 어느 나라인지 아는 사람은 적다. 콜롬비아가 먼저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정답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연간 약 183만 톤을 생산하며 전 세계 생산량의 약 17%를 담당한다. 콜롬비아는 3위다.

로부스타로 좁히면 순위가 바뀐다. 베트남은 전 세계 로부스타 생산량의 40% 이상을 공급하는 압도적 1위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카페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베트남산 원두가 들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네슬레, 일리, 라바짜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베트남에서 원두를 대량 구매한다.

그런데 왜 오랫동안 ‘베트남 커피’라는 이름이 낯설었을까. 이유는 벌크 수출 구조에 있다. 베트남 원두는 오랫동안 브랜드 없이 원자재 상태로 팔려나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완성된 제품에 ‘베트남’이라는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콜롬비아는 마케팅에 수십 년을 투자했고, 에티오피아는 스페셜티 붐을 타고 이름을 알렸다. 베트남은 조용히 전 세계 카페에 원두를 공급해왔다. 이름 없는 거대 생산자였다.

최근 들어 쭝웬(Trung Nguyên), 하이랜즈 커피(Highlands Coffee) 같은 베트남 자체 브랜드가 한국에서도 인지도를 쌓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이 나라의 커피 위상이 드러나고 있다. 베트남관광청도 커피 문화를 베트남을 대표하는 여행 경험으로 공식 소개한다.


베트남 커피 종류 — 아라비카 vs 로부스타 vs 블렌드

베트남 커피 종류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원두 비교

베트남 커피 종류를 이해하는 핵심은 품종이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로부스타(Robusta) — 베트남 커피 생산의 약 95%를 차지한다. 닥락, 닥농, 람동 등 중남부 고원 지대에서 주로 재배된다. 카페인 함량이 약 2.2%로, 아라비카(약 1.2%)의 1.5~2배에 달한다. 쓴맛이 강하고 바디감이 묵직하며, 크레마가 두껍게 형성된다. 가격은 아라비카보다 저렴하다. 하노이 골목 카페에서 마시는 까만 커피는 거의 예외 없이 로부스타다.

아라비카(Arabica) — 나머지 약 5%를 차지한다. 다랏(Đà Lạt)과 손라(Sơn La), 디엔 비엔(Điện Biên) 등 해발 1,000미터 이상 고지대에서만 재배된다. 특히 람동 성에 속하는 다랏은 연중 서늘하고 일교차가 커서 베트남 아라비카의 주산지로 꼽힌다. 신맛이 있고 과일향·꽃향이 감돌며, 쓴맛은 로부스타보다 부드럽다. 스페셜티 등급으로 생산되는 다랏 아라비카는 국제 커피 대회에서도 수상 경력이 있다. 사파 여행 중 손라 지역을 지나친다면, 길가의 아라비카 농장을 실제로 볼 수 있다.

블렌드(Blend) —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를 섞은 기본 블렌딩 외에, 베트남에서는 원두를 볶을 때 버터와 설탕을 입히는 ‘웨트 로스팅(wet roasting)’ 방식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켰다. 쭝웬 브랜드가 이 방식의 대표주자다. 초콜릿향과 캐러멜 향이 강하게 나며 한국인 입맛에도 거부감이 적다. 편의점에서 흔히 보이는 G7 3-in-1 믹스커피도 이 블렌드가 베이스다.

어떤 원두를 쓰느냐에 따라 같은 핀 필터 커피도 전혀 다른 잔이 된다. 세 가지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2편에서 실제 메뉴 주문법과 함께 정리한다.


연유 커피(까페 쓰어 다)가 탄생한 진짜 이유

여행자들이 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커피는 보통 까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다. 달콤하고 진한 커피에 얼음을 가득 채운 그 음료. 세계 어디서든 ‘베트남 아이스커피’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바로 그것이다. 이 커피가 탄생하는 데는 기후와 역사가 동시에 작용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은 카페오레 — 신선한 우유를 섞은 커피 — 를 즐겼다. 그런데 베트남의 열대 기후에서 신선한 우유를 유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냉장 인프라가 없던 시절, 생우유는 반나절도 버티기 어려웠다.

해결책은 연유였다. 연유는 가열 살균 후 설탕을 가미해 수분을 날린 제품으로, 상온에서 수개월 보관이 가능했다. 네슬레의 전신 격 제품들이 이미 베트남 전역에 보급된 상태였다. 카페 주인들은 이 연유로 프랑스식 카페오레를 베트남식으로 재해석했다.

거기에 열대 기후의 더위가 더해졌다. 뜨거운 커피는 금방 불쾌해진다.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연유 커피를 부어 마시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연유를 쓴 이유가 맛을 내려는 게 아니라 신선한 우유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 이것이 까페 쓰어 다의 진짜 탄생 배경이다. 식민지 문화와 열대 기후가 만들어낸 실용의 음료다.


달걀 커피(까페 쯩) — 하노이 바텐더의 야사

하노이 달걀 커피 까페 쯩

까페 쯩(Cà phê trứng). 달걀 커피. 하노이에서만 제대로 먹을 수 있다고 현지인들이 단언하는 이 커피의 탄생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있다.

1946년. 하노이에 전쟁의 기운이 짙게 깔려 있던 시절,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바텐더 응우옌 반 지앙(Nguyễn Văn Giảng)은 문제에 부딪혔다. 신선한 우유가 없었다.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이 격화되면서 물자 수급이 끊겼고, 호텔 카페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유조차 구하기 어려운 날이 이어졌다.

지앙은 달걀 노른자를 떠올렸다. 노른자를 설탕과 함께 오래 저어 거품을 만들고, 그 위에 진한 로부스타 커피를 올렸다. 차갑게 식지 않도록 잔을 뜨거운 물에 담가 서빙했다. 손님들은 이 음료에 열광했다. 에스프레소 위에 마스카포네 크림을 올린 것처럼, 크리미하고 달콤한 폼이 쓴 커피와 만나 전혀 새로운 맛을 만들었다.

지앙은 이 레시피를 들고 호텔을 나왔다. 처음 문을 연 곳은 까우 거(Cầu Gỗ) 거리의 작은 가게였다. 전쟁 기간 동안 열고 닫기를 반복했지만 레시피는 살아남았다. 지금의 카페 지앙(Café Giảng)은 하노이 구시가지 39 응우옌 흐우 호안(Nguyễn Hữu Huân) 거리 골목 안에 있다. 외관은 볼품없지만, 오래된 흑백 사진들이 벽을 채운 그 공간에 앉으면 1946년의 하노이가 느껴진다.

왜 하노이에서만 까페 쯩이 특별할까. 호찌민에도 달걀 커피를 파는 곳은 있다. 그런데 하노이 로부스타 원두의 강한 쓴맛과 달걀 폼의 농도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은 다른 도시에서 완전히 재현되지 않는다. 원두가 다르고, 물 온도가 다르고, 서빙 방식이 다르다. 현지인들이 “까페 쯩은 하노이에서 마셔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뭘 골라야 할지, 어느 카페에 가야 할지는 2편에서 계속된다. 하노이 구시가지 골목 카페 주문법, 가격대별 선택지, 그리고 현지인이 가는 카페와 여행자 카페를 구별하는 법까지 정리할 예정이다.

베트남 북부 여행을 처음 준비 중이라면, 베트남 북부 여행 완전 가이드에서 하노이 동선을 먼저 잡아두는 걸 권한다. 어느 골목에 앉아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마실 수 있다.

하노이 커피 투어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카카오톡으로 편하게 물어봐도 된다. 구시가지 플라스틱 의자부터 카페 지앙까지, 안내해 드릴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 베트남 커피 종류 완벽 정리 2편
메뉴판 앞에서 당황하지 않으려면: 까페 덴, 까페 쓰어, 까페 쯩, 코코넛 커피, 소금 커피까지 — 하노이 현지 카페 주문 완전 가이드.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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