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맥주는 도시마다 잔에 담긴 얼굴이 다르다. 하노이 골목의 낮은 플라스틱 의자에서 비아호이 한 잔을 비운 사람이 며칠 뒤 호찌민의 식당에서 맥주를 고르다 보면, 메뉴판에 오른 이름이 전혀 다르다는 데 놀란다.
나는 베트남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이름들이 어디서 왔는지, 사이공과 하노이가 왜 서로 다른 맥주를 마시게 됐는지를 역사부터 차례로 풀어 본다. 한국은 맥주의 몇 브랜드가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베트남은 그렇지 않다. 아주 흥미롭고 재밋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베트남 맥주의 역사는 남쪽 사이공에서 1875년에, 북쪽 하노이에서 1890년에 프랑스인이 양조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같은 프랑스 뿌리에서 갈라진 두 맥주는 이후 서로 다른 도시의 입맛이 됐다.

베트남 맥주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베트남 맥주는 프랑스 식민지 시기에 시작됐다. 1875년 프랑스인 빅토르 라뤼(Victor Larue)가 사이공에 작은 양조장을 열었고, 1890년에는 알프레드 옴멜(Alfred Hommel)이 하노이에 첫 양조장을 세웠다. 하노이 양조장은 직원 약 30명이 하루 150리터를 만드는 규모로 출발했다. 두 양조장이 남북 맥주 회사의 뿌리가 됐다.
남쪽부터 본다. 사이공 맥주 회사 사베코(Sabeco)는 위키백과에서 1875년 빅토르 라뤼가 세운 회사로 소개된다. 베트남 매체 Vietcetera(2019년 2월 기사)도 라뤼가 1875년 사이공에 작은 양조장을 열었고, 1910년에 음료와 얼음 공장까지 넓혔다고 적는다.
북쪽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흘렀다. 하벡코(Habeco) 130주년을 다룬 베트남 산업무역 잡지(2020년 8월 28일 기사)에 따르면 1890년 프랑스가 옴멜 양조장을 지었고, 이곳이 하벡코의 전신이다. 1954년 이후 프랑스군이 물러나며 기술 문서와 장비를 부숴 공장은 멈췄다. 1957년 8월 15일 양조장을 넘겨받아 다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그로부터 약 1년 뒤 베트남에서 만든 첫 병맥주인 쭉박(Trúc Bạch) 맥주가 나왔다. Vietcetera는 1960년대 하노이 거리에서 비아호이와 하노이 맥주가 널리 팔렸다고 전한다.

사이공 맥주와 하노이 맥주는 무엇이 다를까?
사이공 맥주는 남부 호찌민의 사베코(Sabeco)가, 하노이 맥주는 북부 하노이의 하베코(Habeco)가 만든다. 사베코의 대표 상표는 사이공과 333이다. 두 회사의 뿌리는 각각 1875년 사이공 양조장과 1890년 하노이 양조장이다. 맛의 우열은 이 글에서 가리지 않는다. 같은 맥주라도 마시는 도시와 곁들이는 음식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는 점은 필자의 생각이다.
여행 사이트 Jackfruit Adventure(2025년 10월 17일 갱신)는 사이공 맥주를 사베코의 대표 상표이자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다. 하노이 맥주는 북부에서 오랫동안 기본 맥주 자리를 지켜 왔다고 적는다. 이 사이트는 칼스버그가 만드는 할리다(Halida)도 하노이와 북부에서 특히 인기라고 덧붙인다.
사베코의 또 다른 대표 상표가 333이다. 이 이름에는 사연이 있다. Vietcetera에 따르면 원래 이름은 33 Export였고, 33센티리터 병에 담겨 팔려서 그렇게 불렸다. 베트남전 때 미군에게 인기였고, 통일 뒤 333이라는 이름으로 수출됐다. 이 글은 숫자가 행운과 번영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이름이 바뀐 때와 까닭은 출처마다 엇갈린다. 위키백과는 1975년 사이공 함락 뒤 새 정부가 식민지 색채를 지우려고 333으로 바꿨다고 적는다. 베트남 브랜드 매체 BrandsVietnam은 33 Export를 만들던 BGI가 1977년 베트남에서 문을 닫았고, 사베코가 상표를 이어받았으나 “33” 상표가 세계적으로 이미 등록돼 있어 333이 됐다고 설명한다. 위키백과는 도수를 5.3%로 적는다.
북부의 밤 거리에서 이 맥주들이 어떻게 마셔지는지는 하노이 맥주거리 글에 따로 적어 두었다.
베트남에서 많이 마시는 맥주에는 무엇이 있을까?
베트남에서 많이 마시는 맥주로는 사이공, 333, 하노이 맥주, 타이거, 하이네켄, 할리다가 꼽힌다. 베트남 금융 매체 Vietnam Finance(2024년 8월 15일 기사)는 하이네켄 베트남, 사베코, 칼스버그 베트남, 하베코 네 회사가 최근 5년간 시장의 90% 넘게 차지했다고 전한다. 여기에 중부 후에의 후다 같은 지역 상표가 더해진다.
네 회사 안에서도 순위는 움직인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사베코의 판매량 점유율은 지난 5년간 내려갔고 2023년에만 올랐다. 칼스버그 베트남은 5년간 점유율을 늘렸다. 하베코는 상품 혁신이 적고 북부 경쟁이 치열해 실적이 약했다고 한다.
수입 상표의 이력도 알아 둘 만하다. Jackfruit Adventure는 타이거(Tiger)가 1930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됐다고 적는다. 하이네켄은 1873년에 세워진 네덜란드 상표로 소개한다. 중부에는 후에(Huế)에서 나온 후다(Huda)가 있고, 덴마크 양조 기술을 쓴다고 한다.
정리하면 베트남 맥주 종류는 크게 세 갈래다. 사베코의 사이공과 333, 하베코의 하노이 맥주, 그리고 하이네켄·칼스버그·타이거처럼 외국 자본이 키운 상표다. 이 분류는 위 출처의 회사 구분을 묶은 필자의 정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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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호이는 일반 맥주와 무엇이 다를까?
비아호이(bia hơi)는 그날 만들어 그날 마시는 생맥주다. 도수는 대개 3~4%이고, 저온살균과 여과를 하지 않으며, 만든 지 24시간 안에 마셔야 한다. 병맥주처럼 쌓아 두거나 포장해 유통할 수 없다. 그래서 병맥주와는 만드는 방식도 마시는 방식도 다르다.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병맥주보다 짧다.
이 설명은 Vietnam Tourism의 비아호이 안내(2026년 7월 31일 갱신)에 따른 것이다. 같은 글은 통이 매일 아침 가게에 들어오고, 보리 맥아 대신 쌀을 쓰며, 만드는 데 몇 주가 아니라 며칠이 걸린다고 적는다.

그래서 비아호이는 병과 캔에 담긴 사이공이나 하노이 맥주와 같은 선반에 놓이지 않는다. 한 잔의 가격이 마트와 식당, 비아호이 가게에서 어떻게 갈리는지는 다음 편에서 따로 다룬다.
이 글은 맥주를 고르는 순위표가 아니라 이름의 지도에 가깝다. 사이공은 1875년의 사이공에서, 하노이는 1890년의 하노이에서 왔고, 333은 33센티리터 병에서 왔다.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면 메뉴판의 상표가 도시의 시간을 담은 글씨로 보인다.
아직 모르는 것은 세 가지다. 333으로 이름이 바뀐 정확한 해와 까닭, 세 번째 3이 무슨 뜻인지에 대한 확실한 설명, 그리고 지금의 정확한 점유율 수치다. 점유율은 사베코와 하벡코 같은 회사의 공시와 시장조사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맥주들이 마트와 식당, 비아호이 가게에서 각각 얼마에 팔리는지 가격표를 따라가 본다. 맥주와 함께 먹는 하노이 음식은 하노이 맛집 글에 적어 두었다.
자주 묻는 질문
베트남 맥주 추천은 무엇일까?
이 글은 맛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대신 이름으로 고르는 기준은 줄 수 있다. 사이공과 333은 사베코의 대표 상표이고, 하노이 맥주는 북부에서 오랫동안 기본 맥주로 자리를 지킨 상표다. 가는 도시의 상표부터 마셔 보는 방법이 있다.
베트남 맥주 순위는 어떻게 될까?
상표별 정확한 순위를 확정한 자료는 찾지 못했다. Vietnam Finance(2024년 8월 15일)는 하이네켄 베트남, 사베코, 칼스버그 베트남, 하벡코 네 회사가 5년간 시장의 90% 넘게 차지했다고 전한다. 회사 단위의 큰 그림은 이렇다.
333 맥주의 뜻은 무엇일까?
원래 이름인 33 Export는 33센티리터 병에서 나왔다. 통일 뒤 333으로 바뀌었고, Vietcetera는 이 숫자가 행운과 번영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이름이 바뀐 시기와 까닭은 위키백과(1975년)와 BrandsVietnam(1977년 이후)이 서로 다르게 적는다.
타이거 맥주와 사이공 맥주는 무엇이 다를까?
사이공 맥주는 1875년 사이공 양조장에서 이어진 사베코의 대표 상표다. 타이거는 Jackfruit Adventure에 따르면 1930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상표다. 두 맥주의 맛을 비교한 근거는 찾지 못해 이 글에서는 비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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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