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지진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해요. 태풍과 홍수는 익숙한데, 땅이 흔들리는 나라라는 이미지는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데 2025년 3월 28일 미얀마에서 일어난 지진은 하노이와 호찌민에서도 느껴졌고, 두 도시에서 건물을 비우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베트남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한국인 가이드로서 먼저 말씀드려요. 이 글은 불안을 키우려는 글이 아니에요. 논문 초록과 현지 언론 보도에서 확인한 내용만 모았고,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었어요. 같은 사건도 자료마다 숫자가 조금씩 달라서, 다른 부분은 그대로 밝혀 두었어요.
순서는 이렇게 가요. 베트남이 지진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어떤 지진이 있었는지, 어디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지, 이웃 나라의 지진이 어떻게 닿는지, 마지막으로 바다에서 오는 위험까지 차례로 살펴볼게요.
베트남은 지진 안전지대일까?
안전지대라고 하기는 어려워요. 베트남은 대지진이 잦은 나라는 아니지만 지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아요. 위험은 전국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고 북서부에 몰려 있어요. 투오이째에 실린 전문가 설명으로는 다강, 홍강, 짜이강, 로강, 마강을 따라 깊은 단층대가 있어서 북부가 남부보다 지진 활동이 활발해요.

새벽 하노이 구시가지의 지붕 위로 전선이 엉켜 있는 모습을 보면, 이 도시가 땅 아래의 단층과 나란히 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도시는 늘 위만 보여 주니까요. 그래서 땅 아래 이야기는 일부러 꺼내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아요.
같은 보도에서 한 전문가는 규모 4에서 5 사이의 지진이 내놓는 에너지를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3퍼센트, TNT 약 15톤에 해당한다고 비유했어요. 이 비유는 지진이 작다고 안심시키려는 것도, 크다고 겁을 주려는 것도 아니에요. 규모 숫자가 한 칸 늘 때마다 에너지가 크게 늘어난다는 감각을 잡아 주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돼요.
베트남에서는 어떤 지진이 있었나?
기록상 가장 큰 지진은 북서부 디엔비엔에서 나왔어요. 1983년에 규모 6.7이 기록됐고, 투오이째는 같은 해 지진을 6.8로 보도해요. 2001년에는 규모 5.3 지진이 약 2,100억 동의 피해를 냈어요. 가장 최근인 2025년 5월 16일에는 규모 5.0 지진이 일어나 주택 8채와 학교 4곳에 금이 갔어요.
디엔비엔은 하노이에서 서북쪽으로 한참 들어간 산악 지대예요. 단찌(Dân trí)의 영문판 보도는 이곳이 디엔비엔-라이쩌우 단층과 마강-선라 단층, 두 개의 큰 지진대 안에 놓여 있어서 지진이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고 설명해요. 1935년에는 규모 5.3에서 6.9 사이로 폭이 넓게 기록돼 있는데, 옛 지진은 정확한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2025년 5월 16일에는 규모 5.0과 4.0 지진이 잇달아 일어났어요. 5.0 지진으로 주택 8채, 학교 4곳, 보건소 1곳, 행정 건물 3곳에 금이 갔고 피해액은 약 18억 5천만 동으로 집계됐어요. 같은 기사에 따르면 2019년에는 규모 4.3, 2022년에는 규모 4.5가 기록됐어요. 규모는 작아도 같은 지역에서 반복해서 땅이 움직인다는 점이 눈에 들어와요.
여기서 하나 짚어 둘게요. 이 글에서 확인한 것은 일부 보도와 논문일 뿐이에요. 여기 적히지 않은 지진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고, 옛 기록일수록 규모의 오차가 크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주세요.
베트남 지진 위험은 어디가 가장 크고, 하노이는 어떤가?
가장 높게 평가되는 곳은 북서부의 디엔비엔-라이쩌우와 선라 지역이에요. 2015년 논문은 두 구역의 최대 지반가속도 값을 각각 180과 272로 제시해요. 남중부 앞바다의 109도 자오선 단층과 꺼우롱-꼰선 구역도 118과 285로 높게 나와요. 하노이는 전문가가 8등급 지진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 지역이에요.

이 수치는 베트남 과학기술 저널에 실린 확률론적 지진 위험도 평가 논문 초록에서 확인했어요. 초록에는 값의 단위가 g로 적혀 있는데, 이 단위가 맞는지는 제가 확인하지 못해서 숫자만 옮겼어요. 구역을 37개로 나눠 지도를 만들었다는 점, 북서부와 남중부 앞바다가 두 축으로 꼽힌다는 점은 분명하게 적혀 있어요.
하노이는 조금 다른 이야기예요. 투오이째가 인용한 전문가는 하노이에서 8등급에 이르는 지진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대략 규모 6.3에서 6.5에 해당한다고 설명해요. 홍강, 로강, 짜이강 단층이 모두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도시를 가로지르는데, 그중 짜이강 단층이 가장 강한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돼요. 홍강 단층대는 한 해 3~5밀리미터씩 움직여 왔고, 지구물리연구소는 이 지대에서 약 30차례의 지진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작거나 중간 크기였어요.
가까운 사례도 있어요. 투오이째 보도로는 2024년 3월 25일 하노이 외곽 미득군에서 규모 4.0 지진이 일어났어요. 깊이는 약 16킬로미터였고, 진앙은 홍강 단층에서 1.8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어요. 전문가들은 이 지진을 홍강 단층대와 연결해서 설명했어요. 이 지진 하나가 하노이의 앞날을 말해 주는 신호인지는 단정할 수 없어요.
이웃 나라의 지진은 베트남에 어떻게 닿는가?
멀리서 일어난 큰 지진의 흔들림도 베트남까지 와요. 2025년 3월 28일 미얀마 사가잉 단층에서 규모 7.7 지진이 일어났고, 약 500킬로미터가 찢어졌어요. 하노이와 호찌민에서도 건물이 흔들렸어요. 위키백과 기준으로 전체 사망자는 5,456명이었고, 그중 1명이 베트남이었어요. 호찌민에서는 아파트 400채가 손상됐어요.
이 지진은 위험이 국경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줬어요. 같은 위키백과 항목은 호찌민 8군에서 대피하던 한 사람이 충격으로 숨졌다고 적어요.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1970년 1월 5일 중국 윈난 퉁하이에서 규모 7.1 지진이 일어났고, 위키백과는 진앙에서 약 483킬로미터 떨어진 하노이에서도 사람들이 집을 나와 대피했다고 적어요. 반세기 전에도 이웃 나라의 큰 지진은 하노이까지 흔들림을 보냈던 거예요.
그렇다면 미얀마 지진이 베트남 단층에 부담을 주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는 연구가 있어요. 윈난 남서부를 다룬 응력 전이 연구는 홍강 단층을 포함한 다섯 개 단층 구간에 최대 3킬로파스칼의 응력 증가가 생겼다고 계산했어요. 다만 이 연구는 중국 윈난 남서부만 다루고, 베트남 쪽 영향은 평가하지 않아요. 베트남으로 응력이 얼마나 전달됐는지를 다룬 자료는 이번에 찾지 못했어요.
바다에서 오는 위험은 없을까?
있지만,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위험으로 평가돼요. 마닐라 해구에서 예상되는 최대 규모는 Mw 8.7이고, 2013년 시뮬레이션 논문은 파도가 베트남 해안에 닿기까지 약 2시간이 걸린다고 계산했어요. 109도 자오선 단층에서 시작되는 경우는 남중부 해안까지 가장 짧게 35분으로 나와요.

먼저 분명히 해 둘 점이 있어요. 아래 숫자는 베트남 해양과학기술 저널의 2013년 논문이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예요. 마닐라 해구에서 Mw 9.3을 가정하면 꽝응아이에서 18미터, 다낭에서 10.2미터, 냐짱에서 8.8미터의 파도가 나와요. 이 시나리오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예측이 아니라, 대비를 위해 가장 나쁜 경우를 계산해 본 결과예요.
109도 자오선 단층은 베트남 중남부 대륙붕을 따라 약 1,000킬로미터 뻗어 있어요. 이 단층을 다룬 시나리오 논문은 규모 8.0 지진 세 가지를 가정했고, 앞바다 최고 파고가 4미터를 넘지 않는다고 밝혀요. 같은 논문은 이 단층이 수평으로 어긋나는 주향이동 단층이라서, 지진이 쓰나미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해요.
고요한 중부 해안의 새벽 바다를 보면서 이런 숫자를 떠올리는 건 어색한 일이에요. 하지만 이 숫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대비를 위한 계산이라는 점은 기억해 두셔도 좋아요.
이 글에서 확인한 자료 안에서는, 여행자가 따로 외워야 할 행동 수칙은 찾지 못했어요. 대신 방법을 하나 말씀드리면, 여행 중 흔들림을 느꼈을 때는 SNS 소문이 아니라 한국 외교부와 베트남 당국의 공식 안내를 기준으로 삼으세요. 구체적인 대피 요령은 이 글이 확인한 범위를 넘어서서 적지 않을게요.
여행 전에 챙길 것들은 베트남 여행 준비물 체크리스트에 따로 정리해 두었어요. 지진이 걱정돼서 일정을 바꾸시려는 분이라면 이 글의 숫자가 판단 재료가 되겠지만, 결론은 각자의 몫이에요.
북부 일정을 짜는 중이라면 패키지가 보여주지 않는 북부 베트남 이야기도 함께 읽어 보세요. 땅이 움직이는 곳 위에서도 사람들이 산다는 것, 그게 베트남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이에요.
지진은 맞히는 영역이 아니라 이해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이 글에서 정리한 단층과 기록은 불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해를 위한 것이고, 베트남을 오래 보려는 사람에게는 이런 땅 아래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북부 일정을 가이드와 함께 짜 보고 싶다면 투어 문의로 편하게 물어보세요.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