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라면 종류 총정리 1편 — 마트 매대를 채운 건 결국 하오하오였다

하롱베이에 거주한 지 10년째, 투어가 없는 날 저녁이면 습관처럼 동네 마트에 들른다. 바이짜이(Bãi Cháy) 쪽 윈마트(WinMart)든, 작은 로컬 잡화점이든 상관없다. 베트남 라면 매대 앞에 서면 늘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빨강, 노랑, 초록 포장이 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고,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색이 하나 있다. 초록 바탕에 새우 그림이 그려진 봉지, 하오하오(Hảo Hảo)다.

신기한 건 마트가 바뀌어도, 지역이 바뀌어도 이 초록 봉지의 위치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노이 골목 잡화점에서도, 사파의 작은 산간 마을 매점에서도, 닌빈 선착장 옆 구멍가게에서도 하오하오는 늘 가장 손이 닿기 쉬운 자리에 놓여 있었다. 투어 손님들과 함께 마트에 들를 때마다 “라면 종류가 왜 이렇게 많아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정작 베트남 사람들이 실제로 집어 드는 건 대개 정해져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덜 알려져 있다.

수십 개 브랜드가 매대를 채우고 있는데도 왜 유독 이 초록 봉지 하나가 이렇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그리고 애초에 베트남 사람들은 정말 라면을 그렇게 많이 먹는 걸까. 10년째 이 나라에서 살아온 입장에서, 마트 매대에 서서 눈으로 확인한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봤다.

베트남 라면, 정말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을까?

그렇다. 베트남 사람은 2024년 기준 1인당 평균 81개의 라면을 먹었다. 인구 1억 명이 한 해 81억 개 넘는 라면을 소비한 셈이며, 이 수치로 베트남은 2021년부터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 라면 소비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처음 이 통계를 접했을 때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하롱베이에서 지내다 보면 라면이 그저 ‘비상식량’이 아니라 아침 식사, 야식, 심지어 손님 접대 음식으로까지 쓰이는 걸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길가 좌판에서 라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모습, 새벽 시장 상인들이 문 열기 전 후루룩 국물부터 마시는 모습은 이 나라에서 아주 흔한 장면이다. 숫자로 보면 낯설어도, 직접 살아보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왜 하오하오가 베트남 라면 매대를 지배하고 있을까?

하오하오는 2000년 닭고기 버섯맛으로 처음 출시됐고, 지금의 대표 맛인 새우 신맛(tôm chua cay)은 2년 뒤인 2002년 7월에 추가됐다. 이 두 맛을 앞세워 2000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300억 개가 팔렸고, 지금도 한 봉지에 3,500동(약 180원) 안팎이면 살 수 있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오하오를 만드는 에이스쿡(Acecook Việt Nam)은 1993년 베트남 시장에 들어와, 지금은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매년 30억 개 가까운 라면을 시장에 공급하는 압도적 1위 기업이다(Acecook Vietnam 공식 소개). 내가 직접 먹어본 새우 신맛 하오하오는 자극적으로 맵기보다, 새콤한 맛이 먼저 치고 올라오고 그 뒤로 고추기름의 매운맛이 따라오는 식이다. 자극이 강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이 라면이 30년 가까이 매대 한 자리를 지켜온 진짜 이유라고 본다.

하오하오 새우 신맛 베트남 라면 패키지

가격도 한몫한다. 3,500동은 지금 환율로 200원이 채 안 되는 돈이라, 학생이든 공사장 인부든 부담 없이 매일 사 먹을 수 있는 가격대다. 실제로 하오하오 소비자의 약 80%는 학생, 일반 노동자, 농촌 거주자 같은 중산층 이하 소비층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마케팅보다 ‘누구나 매일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을 지킨 전략이,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치고 올라와도 하오하오의 자리를 쉽게 넘보지 못하게 만든 셈이다.

이런 로컬 마트의 진열대 하나에도 이 나라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그대로 담겨 있다. 하롱베이나 하노이 투어 중에 이런 로컬 마트에 짧게 들러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면 일정에 넣어드릴 수 있으니, 관심 있으면 투어 문의로 편하게 연락해 달라.

하오하오 말고 어떤 라면을 골라야 할까 — 오마치·코코미·가우도 비교

오마치와 코코미를 만드는 마산 컨슈머(Masan Consumer)는 2007년에야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2016년 기준 시장점유율 24%까지 끌어올리며 아세쿡을 뒤쫓는 2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마치는 감자 전분을 넣어 면발이 도톰하고 쫄깃한 프리미엄 라면, 코코미는 하오하오와 비슷한 가격대의 대중형 라면으로 포지션이 나뉜다.

오마치를 처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면발이 국물을 다 빨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오하오나 다른 저가 라면들이 면이 얇고 빨리 붇는 편이라면, 오마치는 감자 전분 특유의 쫀득함 덕분에 시간이 좀 지나도 면발이 잘 풀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가격도 하오하오보다 조금 더 나가는 편이라, 나는 손님들에게 “평소에는 하오하오, 좀 더 든든하게 먹고 싶을 땐 오마치”라고 설명하곤 한다.

세 번째로 꼽을 만한 건 아시아 푸드(Asia Foods)의 가우도(Gấu Đỏ, 붉은 곰)다. 시장점유율 10% 이상으로 3위권을 지키고 있고, 순한 맛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특히 지방 소도시나 시골 매점에서 꾸준히 팔리는 걸 자주 봤다. 이 밖에 두 마리 새우 그림이 그려진 옛날 포장 그대로 파는 미리켓(Miliket)도 마트 한켠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맛보다는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에 가깝다.

오마치 코코미 베트남 라면 브랜드 비교

여행 기념품으로 베트남 라면을 사도 될까?

그렇다. 개당 3,500~2만 동 안팎으로 저렴하고, 라면은 액체가 아니라 위탁 수하물은 물론 기내 반입도 문제없다. 위마트(WinMart)나 코업마트(Co.opmart) 같은 대형마트에서 박스 단위로 사면 낱개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기념품으로 고민된다면 하오하오 오리지널과 새우 신맛 두 가지, 그리고 조금 더 특별한 걸 원한다면 오마치 소고기맛 정도를 함께 챙기는 걸 추천한다. 나는 투어 손님들에게 짐 쌀 때 라면을 맨 위쪽에 두고, 국물 수프 봉지가 터지지 않게 비닐백으로 한 번 더 감싸라는 얘기를 꼭 해준다. 커피처럼 베트남 커피 종류 총정리에서 다뤘던 선물용 커피와 함께 담으면 한국 돌아가서 나눠주기도 좋은 조합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베트남 라면 중 가장 유명한 건 뭔가요?
하오하오(Hảo Hảo)입니다. 2000년 출시 이후 누적 300억 개 넘게 팔렸고, 지금도 베트남 마트 어디서나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Q. 베트남 라면은 매운가요?
하오하오 새우 신맛처럼 대표 라면들은 자극적으로 맵기보다 새콤한 맛이 먼저 느껴지는 편입니다. 다만 브랜드마다 편차가 있어 처음이라면 순한 맛부터 시도하는 걸 추천합니다.

Q. 기념품으로 사려면 어디서 사는 게 좋나요?
위마트, 코업마트 같은 대형마트에서 박스 단위로 사는 게 낱개보다 저렴합니다. 액체가 아니라 수하물 반입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라면 하나에도 이렇게 브랜드별 사연과 가격 전략이 숨어 있다는 걸, 나는 이 나라에 살면서 마트를 드나들며 배웠다. 후에 소금 커피처럼, 베트남 로컬 브랜드에는 저마다 뜻밖의 탄생 스토리가 숨어 있다. 다음 2편에서는 실제로 라면을 더 맛있게 끓이는 법과, 기념품으로 고르기 좋은 조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뤄볼 예정이다.

직접 마트를 둘러보며 이런 로컬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면, 10년째 이 동네에 사는 가이드가 직접 안내해드릴 수 있다. → 투어 문의하기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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