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코코넛 커피, 왜 두 가지 버전이 있을까 — 미슐랭이 ‘열대의 교향곡’이라 부른 그 커피

하노이에서 호치민으로 넘어가는 출장길, 벤탄 시장 근처 카페 테라스에 앉았을 때였다. 옆 테이블 손님이 시킨 음료가 눈에 띄었다. 유리잔 안에서 검은 커피와 새하얀 코코넛 크림이 층을 이루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베트남 커피와는 결이 달랐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코코넛 커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롱베이에 10년째 살면서 북부 커피 문화는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했는데, 호치민 카페 문화는 또 달랐다. 그날 주문한 코코넛 커피 한 잔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다.

베트남 코코넛 커피는 한 가지가 아니다. 코코넛밀크를 부어 층을 만드는 전통 방식(꼿즈어, cốt dừa)과, 얼음과 코코넛을 통째로 갈아 슬러시로 만드는 방식(즈어 싸이 다, dừa xay đá)이 따로 있다. 이름은 비슷해도 마시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베트남 코코넛 커피, 왜 미슐랭이 극찬했을까?

미슐랭 가이드는 2024년 4월 1일 공개한 베트남 커피 소개 기사에서 코코넛 커피(cà phê cốt dừa)를 “열대 지역의 교향곡”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재료를 섞어 만드는 음료로, 한 모금 한 모금이 열대 천국으로 데려간다”는 설명이 붙었다. 같은 기사에서 하노이 에그커피는 “하노이의 걸작”으로 소개됐다.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가 이 정도로 표현할 음료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문제는 정작 현지에서 코코넛 커피를 주문하면 가게마다, 지역마다 다른 음료가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애초에 레시피 계열이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꼿즈어(cốt dừa)와 즈어 싸이 다(dừa xay đá), 뭐가 다를까?

두 버전의 핵심 차이는 “코코넛과 얼음을 언제, 어떻게 섞는가”에 있다. 전통 방식(꼿즈어)은 코코넛밀크 80ml에 연유 60ml를 잘게 부순 얼음과 함께 갈아 걸쭉한 크림을 먼저 만든 다음, 따로 내린 커피를 병에 넣어 세게 흔들어 거품을 낸 뒤 그 위에 부어 층을 만든다. 반면 슬러시 방식(즈어 싸이 다)은 같은 비율의 코코넛밀크와 연유를 얼음 한 컵과 함께 처음부터 강하게 갈아 아이스크림에 가까운 슬러시로 만들고, 그 위에 커피를 따로 붓는다.

순서 하나 차이인데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꼿즈어는 층이 살아있어 숟가락으로 저어가며 마시는 재미가 있고, 즈어 싸이 다는 처음부터 부드럽게 녹아든 슬러시라 빨대로 쭉 들이켜는 음료에 가깝다.

전통 방식 코코넛 커피를 유리잔에 붓는 장면

직접 두 버전을 다 마셔보니, 뭐가 남았을까

호치민에서 꼿즈어를, 며칠 뒤 하노이의 다른 카페에서 즈어 싸이 다를 각각 주문해봤다. 꼿즈어는 첫 모금엔 쓴 커피, 저어서 마시면 단맛이 확 올라오는 두 얼굴의 음료였다. 코코넛 향이 진하다기보다는 연유의 단맛과 어우러진 부드러움이 먼저 느껴졌다.

즈어 싸이 다는 정반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하게 달고 시원해서, 더위에 지친 날 오후에 어울리는 디저트에 가까웠다. 커피 본연의 쓴맛을 즐기고 싶다면 꼿즈어, 디저트처럼 즐기고 싶다면 즈어 싸이 다를 고르면 된다는 게 두 잔을 다 마셔본 결론이다.

슬러시 형태로 간 즈어 싸이 다 코코넛 커피

어디서 마셔야 제대로 된 코코넛 커피를 만날까?

코코넛 커피는 원래 사이공(호치민) 쪽 카페 문화에서 자리 잡은 음료라, 북부보다는 남부 카페에서 메뉴판에 더 자주 보인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하노이 카페들도 여름 시즌 메뉴로 즈어 싸이 다 버전을 많이 올리는 추세라, 지금은 북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베트남 커피 자체가 처음이라면, 코코넛 커피보다 먼저 베트남 커피 종류 8가지부터 훑어보는 걸 추천한다. 쓰어다, 넛, 박씨우처럼 기본이 되는 베트남 커피를 알고 나면 코코넛 커피가 왜 “응용형”으로 분류되는지 더 잘 이해된다. 하노이 쪽 여행 일정에 코코넛 커피를 넣고 싶다면, 10년째 현지에 사는 가이드가 직접 안내하는 일정에 포함해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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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은 이름의 커피가 이렇게 다르게 진화했을까

결국 “코코넛 커피”라는 이름 하나에 두 개의 레시피 계보가 들어있는 셈이다. 커피 위에 무언가를 얹는 베트남 커피의 오랜 습관(연유, 계란, 소금 커피처럼)이 코코넛이라는 재료를 만나 두 갈래로 갈라진 결과로 보인다. 어느 쪽이 ‘진짜’냐를 따지기보다, 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 마시는 게 이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는 걸 두 잔을 다 마셔보고서야 알았다.

코코넛 커피는 어느 나라 커피인가요?

베트남 커피의 한 종류다. 베트남식 진한 로부스타 커피에 코코넛밀크와 연유를 더해 만드는 음료로, 사이공(호치민) 카페 문화에서 시작돼 지금은 베트남 전역 카페 메뉴판에서 볼 수 있다.

코코넛 커피는 원두 맛이 잘 느껴지나요?

연유와 코코넛의 단맛이 강해서 원두 본연의 맛을 즐기는 음료는 아니다. 커피 쓴맛과 단맛의 대비를 즐기고 싶다면 저어 마시는 전통 방식(꼿즈어)을, 디저트처럼 즐기고 싶다면 슬러시 방식(즈어 싸이 다)을 추천한다.

코코넛 커피, 어디서 마셔야 제대로 마실 수 있나요?

사이공(호치민) 카페에서 원조에 가까운 맛을 만날 확률이 높지만, 최근에는 하노이를 포함한 북부 카페들도 여름 시즌 메뉴로 즈어 싸이 다 버전을 많이 갖추고 있어 북부에서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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