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짜 소스를 처음 맛본 손님들은 대개 같은 표정을 짓는다. 젓가락으로 국수를 적셔 한 입 먹고는 잠깐 말이 없다가, “이게 뭐가 들어간 거예요?” 하고 묻는다. 하롱베이에 10년째 살면서 하노이 일정이 있는 날이면 한국 손님들과 분짜 가게 플라스틱 의자에 앉는데, 고기보다 소스 그릇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분짜는 구운 고기와 흰 면, 허브가 한 상에 오르지만 그 셋을 하나의 음식으로 묶는 것은 옅은 갈색의 소스다. 짜기만 한 것도, 달기만 한 것도 아니다. 시큼한 향이 먼저 오고, 뒤이어 단맛이 받치고, 마지막에 마늘과 고추의 매운기가 스친다.
그런데 이 맛은 재료가 특별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냉장고에 있을 법한 재료 몇 가지를 어떤 비율로 섞느냐의 문제다. 이번 글은 분짜 시리즈 두 번째 편으로, 소스 한 그릇에 무엇이 들어가고 왜 그렇게 섞는지 따라가 본다.
분짜 소스는 무엇으로 만들까?
분짜 소스는 느억맘(nước mắm, 생선 소스), 설탕, 식초 또는 라임즙, 물을 기본으로 하고 다진 마늘과 고추를 더해 만든다. 베트남에서는 이 새콤달콤한 액체를 느억쩜(nước chấm)이라 부르며, 하노이식 분짜에서는 여기에 절인 파파야와 당근이 함께 담긴다.
베트남 일간지 VnExpress의 요리 코너는 하노이식 분짜 소스를 설명하면서 알맞은 색을 “약간 붉은 갈색빛이고 부드러우며, 신맛·매운맛·짠맛·단맛이 균형을 이룬 것”으로 소개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맛의 이름 네 가지가 모두 나란히 들어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가 튀면 소스는 실패한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분짜 소스 비율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정답 하나로 정해진 비율은 없지만, 자주 인용되는 기준은 있다. VnExpress는 느억맘, 설탕, 식초, 물을 1:1:1:5로 섞는 방법을 소개하고, 하노이 레스토랑 셰프가 미쉐린 가이드에 밝힌 레시피는 물 4큰술에 느억맘·설탕 각 1큰술이다.
두 기준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인다. 물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느억맘과 설탕은 같은 양으로 짝을 이룬다. 미쉐린 가이드에 실린 셰프의 레시피는 느억맘 1큰술, 물 4큰술, 라임즙 ½큰술, 설탕 1큰술, 마늘 1쪽, 고추 1개다. 재료는 같지만 신맛을 식초로 내느냐 라임으로 내느냐가 다르다. 그래서 같은 하노이 음식이라도 집집마다, 가게마다 맛이 조금씩 갈리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다. 두 자료 모두 맛의 기준을 ‘정확한 계량’보다 ‘먹는 사람의 입맛’에 두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의 레시피도 단맛·짠맛·감칠맛·매운맛의 조합을 취향에 따라 조절하라고 안내한다. 그러니 숫자는 시작점이고, 최종 판단은 국수 한 가닥을 적셔 먹어 보는 자기 입이다.
비율의 원리를 알면 실패가 줄어든다. 짜면 물을 더하고, 밍밍하면 느억맘을 한 방울씩 더하고, 뾰족하게 시면 설탕으로 받쳐준다. 손님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결국 감으로 맞추는 거네요” 하는 말이 돌아오는데, 맞는 말이다. 다만 그 감의 출발점이 1:1:1:5라는 숫자다. 이 비율은 미쉐린 가이드의 느억쩜 레시피와 함께 비교해 보면 이해가 빠르다.
하노이식 소스는 왜 다르게 느껴질까?
하노이식 분짜 소스는 따로 찍어 먹는 양념이 아니라 국물 역할까지 하는 소스라서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물의 비중이 높아 국처럼 떠먹을 수 있고, 절인 파파야와 당근, 숯불 고기의 기름이 함께 녹아 맛이 계속 변한다.
이 대목은 개인 관찰이니 통계로 읽지는 말아 주기 바란다. 하노이 가게에서 소스 그릇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고 고기 기름이 동그랗게 떠오른다. 처음 한 입과 마지막 한 입의 맛이 다르다. 한국 손님들이 “처음엔 밍밍하다가 나중에 맛있어진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가게마다 다를 수 있는 현장 인상일 뿐, 모든 하노이 가게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소스를 미리 진하게 만들어 두기보다 옅게 시작해서 고기와 함께 완성되게 두는 것, 그것이 하노이식 접근이다. 같은 하노이 국수 요리라도 분더우맘똠에는 새우 발효 소스인 맘똠이 쓰이는데, 이쪽은 분더우맘똠, 맘똠 섞는 법 글에서 따로 다뤘다.
먹는 순서가 궁금하다면 지난 글 분짜 먹는법 — 하노이 점심 한 그릇을 제대로 먹는 순서에서 자세히 다뤘다. 이번 글에서는 소스를 만드는 쪽에만 집중한다.
집에서 분짜 소스 만드는 순서는?
집에서 분짜 소스를 만들 때는 그릇에 물을 먼저 붓고 설탕을 완전히 녹인 뒤 느억맘과 신맛(식초나 라임즙)을 넣는다. 마지막에 다진 마늘과 고추를 넣고 맛을 본 다음 한 숟가락씩 조정한다. 설탕을 먼저 녹이는 것이 핵심이다.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레시피도 같은 순서를 따른다. 물, 느억맘, 라임즙, 설탕을 그릇에 담아 설탕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저은 뒤에 다진 마늘과 고추를 넣는다. 이 순서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설탕이 남으면 단맛이 고르게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묽고 살짝 끈기가 있으며, 마늘과 고추씨가 점점이 떠 있는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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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재료를 어디서 구하는 것이 좋은지는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는다. 브랜드별 맛 차이와 판매처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느억맘은 브랜드에 따라 짠맛의 세기가 다르니, 처음에는 레시피보다 적게 넣고 맛을 보며 늘리는 편이 안전하다.
분짜 소스, 자주 묻는 질문
Q. 식초 대신 라임을 써도 되나요?
A. 가능하다.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하노이 셰프의 레시피는 라임즙을 쓰고, VnExpress의 하노이식 설명은 식초를 기본으로 한다. 라임은 향이 살아 있지만 오래 두면 향이 날아가므로 먹기 직전에 넣는 편이 좋다.
Q. 분짜 만들기에서 소스는 미리 만들어 둬도 되나요?
A. 마늘과 고추, 라임즙은 먹기 직전에 넣는 것이 향 면에서 유리하다. 물·느억맘·설탕은 미리 섞어 둘 수 있으나, 보관 기간은 출처에서 확인하지 못해 이 글에서는 안전한 기간을 제시하지 않는다.
Q. 분짜 레시피에서 소스가 너무 짜면 어떻게 하나요?
A. 물을 한 숟가락씩 더한다. 이후 단맛이 약해졌다면 설탕을 조금 보태 균형을 맞춘다. 기준은 신맛·매운맛·짠맛·단맛이 한꺼번에 튀지 않는 것이다.
Q. 분짜소스 만들기에 파파야 절임은 꼭 필요한가요?
A. 필수는 아니다. 다만 하노이식 분짜에서는 절인 파파야와 당근이 소스에 함께 담기는 것으로 소개된다(VnExpress). 없다면 소스만으로도 기본 맛은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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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한국에서 먹던 쌀국수와 하노이의 퍼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 보겠다.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