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커피 6편 — 아보카도 커피, 과일이 후식을 넘어 커피가 되다

사파 시장 골목의 좌판 카페에서, 얼음 아래 초록빛 크림이 가라앉은 유리잔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그게 커피인 줄 몰랐다. 위에는 검은 커피가 한 겹, 아래는 크림처럼 걸쭉한 초록빛 덩어리가 그대로 가라앉아 있었다. 하롱베이에서 10년째 살면서 커피는 웬만큼 다 마셔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잔은 처음이었다.

스푼으로 바닥까지 저어 한 모금 마시자 쓴맛과 단맛, 그리고 뭔가 뻑뻑한 질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옆 노점 주인에게 이름을 물었다. “카페 보(Cà Phê Bơ)”, 한국어로 옮기면 바로 아보카도 커피였다. 보(Bơ)는 베트남어로 버터를 뜻하는 동시에 아보카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아보카도 과육이 버터처럼 부드럽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했다.

그 순간 궁금해졌다. 과일과 커피를 왜 한 잔에 섞을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 조합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답을 찾으러 다니다 보니, 이 커피 옆에는 또 다른 낯선 조합, 요거트 커피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10년 동안 손님들을 이 동네 카페 골목으로 데려오면서, 에그커피나 소금 커피처럼 이름부터 낯선 메뉴는 여러 번 소개했다. 그런데 이번 아보카도 커피는 유독 반응이 갈렸다. 첫 모금에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과, 한 잔을 다 비우고 한 잔을 더 시키는 사람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그 반응 차이 자체가 이 커피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사파 노점 카페의 아보카도 커피 카페 보 유리잔

카페 보는 원래 어디서 시작됐을까?

카페 보는 베트남 중부고원의 닥락(Đắk Lắk) 지역에서 시작된 음료다. 닥락은 베트남 최대 로부스타 커피 산지이자, 동시에 아보카도가 많이 재배되는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커피나무와 아보카도나무가 같은 붉은 화산토 위에서 나란히 자라다 보니, 두 작물이 한 잔에 담기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셈이다.

베트남에서 아보카도는 원래 후식이나 스무디로 먹는 과일에 가까웠다. 설탕이나 연유를 넣고 갈아 마시는 아보카도 스무디는 닥락뿐 아니라 남부 전역에서 흔한 간식이었다. 그 스무디 위에 진한 베트남 커피를 얹기 시작하면서, 후식이던 과일이 커피 메뉴판 위로 올라왔다. 지금은 닥락을 넘어 하노이, 다낭, 호치민 어디서든 카페 보라는 이름으로 만날 수 있다.

재밌는 건 이름의 유래다. 앞서 말했듯 보(Bơ)는 원래 서양에서 들여온 버터를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베트남 사람들이 아보카도의 부드러운 질감을 보고 “버터 같은 과일”이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아보카도 자체를 뜻하는 단어로도 굳어졌다. 그러니 카페 보라는 이름은 정확히 옮기면 “버터(같은 과일) 커피”인 셈이다. 사파의 좌판 주인이 해준 설명도 이 유래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카페 보는 실제로 어떻게 만들고, 얼마에 마실 수 있을까?

전통적인 카페 보는 잘 익은 아보카도와 우유, 연유를 갈아 걸쭉한 크림을 만든 뒤, 그 위에 진하게 내린 베트남 커피를 얼음과 함께 붓는 방식으로 만든다. 2인분 기준으로 아보카도 2개(약 350~400g)에 우유 120ml, 연유 2.5큰술, 커피 80ml 정도가 흔히 쓰이는 비율이다.

중요한 건 마시는 순서다. 위의 커피만 먼저 마시면 그냥 쓰기만 한 아이스커피일 뿐이다. 바닥까지 스푼으로 완전히 저어야 커피의 쓴맛과 아보카도의 기름지고 고소한 단맛이 겨우 균형을 맞춘다. 가격대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하노이 기준으로는 한 잔에 대략 28,000~38,000동 사이에서 파는 곳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Impress Travel). 노점상에서는 이보다 더 저렴하게 파는 경우도 있다.

처음 몇 번은 저어야 한다는 걸 모르고 그냥 마셨다가, 위쪽 커피만 쓰고 밑에 아보카도 크림이 그대로 남는 실패를 여러 번 반복했다. 가이드로 손님을 데려갈 때는 이제 잔을 받자마자 스푼부터 쥐여드린다. 다 섞은 뒤의 질감은 커피라기보다는 진한 아보카도 셰이크에 에스프레소 샷을 넣은 쪽에 더 가깝다. 그래서 식사 대신으로 마시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같은 커피 시리즈로 전에 소개했던 코코넛 커피도 그렇고, 이번 카페 보도 그렇고,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에 유제품이나 과일을 더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전체 베트남 커피 종류가 궁금하다면 베트남 커피 종류 총정리 글에서 여덟 가지를 한 번에 정리해뒀다.

아보카도와 연유를 갈아 카페 보를 만드는 과정

그렇다면 요거트 커피는 카페 보와 뭐가 다를까?

요거트 커피(Sữa Chua Cà Phê)는 베트남 북부에서 오래전부터 즐겨온 전통 음료로, 새콤한 요거트에 진한 베트남 커피와 연유를 더해 마신다. 흔한 레시피 비율은 요거트 1.5컵에 커피 2큰술, 연유 1/4컵 정도로, 카페 보보다 훨씬 새콤하고 가벼운 맛이 난다.

두 커피를 나란히 놓고 보면 성격이 정반대라는 게 재밌다. 카페 보는 아보카도의 기름진 크림 때문에 한 잔이 거의 한 끼 후식처럼 든든하고, 요거트 커피는 요거트의 신맛 덕분에 더위에 지친 오후에 입맛을 깨우는 쪽에 가깝다. 요거트가 베트남 사람들의 식탁에 워낙 오래 자리 잡고 있던 재료라, 커피와 만나는 것도 그리 낯선 결합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시는 방법도 카페 보와 똑같다. 잔 아래 요거트가 가라앉아 있으니 역시 바닥까지 저어야 신맛과 커피 향이 같이 올라온다. 다만 요거트 커피는 아보카도 커피보다 훨씬 가벼워서, 한낮 더위에 지쳐 있을 때 손님들에게 먼저 권하는 쪽은 대개 이쪽이다. 아보카도 커피는 오히려 하루를 마무리하는 늦은 오후, 뭔가 든든한 게 당길 때 더 잘 어울린다.

실제로 사파나 하노이의 카페에서는 두 잔을 같이 시켜 나눠 마시는 여행자들을 자주 본다. 어느 쪽이 입에 맞는지는 결국 직접 마셔봐야 아는 문제다. 이 두 커피를 어디서 마셔야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투어 중에 직접 안내해 드릴 수 있다. 👉 투어 문의

아보카도 커피와 요거트 커피를 나란히 놓은 모습

직접 마셔보니, 무엇이 남았을까

처음엔 그저 신기한 조합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닥락의 붉은 흙 위에서 커피나무와 아보카도나무가 나란히 자란다는 걸 알고 나니, 이 잔은 단순한 창작 메뉴가 아니라 그 땅이 키워낸 것들을 그대로 옮겨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거트 커피도 마찬가지다. 북부 사람들의 식탁 위에 늘 있던 요거트가, 어느 순간 커피잔 안으로 들어온 것뿐이다.

패키지 투어 일정에서는 이런 커피를 마셔볼 시간도, 그 유래를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직접 사파나 하노이에서 카페 보와 요거트 커피를 함께 마셔보고 싶다면, 10년째 이 동네 골목을 다니는 가이드가 직접 데려다 드린다. 👉 투어 문의

커피 시리즈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지역, 또 다른 조합의 베트남 커피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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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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