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와인, 이게 진짜 와인이야? — 열대에서 태어난 포도의 이야기

베트남 와인 달랏 샤토달랏 와이너리

처음 하롱베이 식당에서 메뉴판을 펼쳤을 때의 일이다. 맥주와 소주, 생수가 적혀 있던 칸 아래에 낯선 두 글자가 보였다. 와인. 그것도 베트남 와인. 손가락으로 짚으며 직원에게 물었다. “이게 진짜 와인이에요?” 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날 저녁 그 와인을 시켰고, 잔을 들며 생각했다. 이 나라에 포도밭이 있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열대 기후의 나라, 연평균 기온이 25도를 넘는 땅, 건기와 우기가 나뉘는 계절 구조. 와인 교과서가 말하는 최적 포도 산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 베트남에는 와이너리가 있다. 그것도 국제 대회 금메달을 받은 곳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베트남 와인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이 나라가 기후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서려 했는지가 보인다.

베트남을 처음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식당 메뉴판에서 이 질문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베트남 와인. 판단을 유보하고 한 번 시켜보라. 그 잔 안에는 생각보다 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랑스가 달랏에 심어놓은 것

달랏 프랑스 식민지 와인 역사

19세기 말, 프랑스는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이 땅에 많은 것을 가져왔다. 커피, 바게트, 가톨릭 성당. 그리고 포도나무도 있었다. 프랑스인들이 특히 공을 들인 곳은 달랏이었다. 해발 1,500미터에 자리한 고원 도시. 사이공의 열기를 피해 올라간 이 도시는 베트남 기준으로는 서늘했다. 연평균 기온 18도 안팎,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깔리는 곳.

프랑스 총독들은 달랏을 베트남 속의 프로방스로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달랏에는 채소, 딸기, 아티초크가 잘 자랐다. 커피 플랜테이션도 들어섰다. 그러나 포도는 달랐다. 아무리 고원이라도 위도 12도에 위치한 달랏은 포도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겨울 냉해도 없고, 포도나무가 휴면할 만한 추위도 없었다. 첫 번째 시도는 조용히 실패로 끝났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다. 베트남 전쟁, 통일, 도이머이 개혁을 거친 1995년, 달랏에서 두 번째 시도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호주 와인메이커와의 합작이었다. 그들은 질문부터 바꿨다. “이 기후에서 어떻게 유럽 포도를 기를 것인가”가 아니라, “이 기후에서 어떤 와인을 만들 수 있는가”로.

왜 하필 달랏인가

와인 포도가 자라는 이상적인 위도는 남북위 30도에서 50도 사이다. 연평균 기온 10도에서 20도,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고, 포도나무가 서리로 잠을 잘 수 있는 곳.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아르헨티나, 칠레. 대부분의 와인 산지는 이 벨트 안에 있다.

베트남은 위도 8도에서 23도 사이에 위치한다. 그 중 달랏(위도 11.9도)은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해발 고도가 버팀목이 된다. 해발 1,500미터가 만들어내는 서늘함, 비교적 큰 일교차, 건기의 건조함. 완벽하진 않지만 베트남 안에서는 유일한 선택지다.

문제는 연간 수확 횟수다. 달랏에서는 포도를 1년에 두 번 수확할 수 있다. 추운 지방의 와인메이커들은 이 말을 듣고 부러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상은 반대다. 수확이 많을수록 포도 한 알에 집중되는 당분과 복잡한 풍미가 분산된다. 연 2회 수확이 가능하다는 건, 바꿔 말하면 포도나무가 긴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 결과 와인의 복잡성이 떨어진다. 달랏 와인메이커들이 가장 먼저 마주친 벽이 바로 이것이었다.

베트남 유일의 와이너리, Château Dalat

방달랏 샤토달랏 와인 병 종류

이 벽을 넘기 위해 달랏 와이너리가 선택한 방법은 블렌딩이었다. 포도만으로는 부족한 복잡성을 오디(뽕나무 열매)로 채우는 것이다. 달랏 고원에서 풍부하게 자라는 오디는 포도와 비슷한 당도와 산미를 가지고 있다. Cardinal 포도와 오디를 섞으면, 달랏의 기후 한계를 부분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오늘날 달랏 와이너리의 모기업은 Ladora Winery다.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포도 재배부터 발효, 숙성, 병입까지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진행하는 와이너리다. 이곳에서 만드는 Château Dalat 라인은 2007년과 2017년 APEC 정상회담의 공식 와인으로 선정됐고, SFIWSC(샌프란시스코 국제와인경연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품 라인도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운영한다. 달콤한 편을 선호하는 아시아 취향을 위한 Vang Dalat 라인과, 드라이하고 복잡한 유럽 스타일의 Château Dalat 라인.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대체로 Vang Dalat Strong이 잘 맞는다는 게 현지 와인메이커의 말이다.

달랏은 베트남 중부 고원에 자리하고 있어 하노이나 하롱베이에서는 비행기로 이동해야 한다. 만약 베트남 북부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하롱베이·하노이·닌빈 일정을 먼저 잡고 달랏은 별도로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베트남 북부 여행을 준비하면서 현지 가이드의 조언이 필요하다면 개인 투어 상담하기를 통해 연락 주시면 된다.

세계는 베트남 와인을 어떻게 보는가

베트남의 와인 소비량은 세계 59위 수준이다. 전체 주류 소비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수입 와인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산 와인이 하노이와 호치민의 고급 레스토랑을 채우고 있다. 현지에서 만든 와인보다 수입 와인이 더 좋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 자국 와인이 자국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베트남 와인 특유의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2024년 베트남 와인 시장 규모는 약 20억 달러로 추산된다. 2033년에는 28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 중산층의 성장, 와인 문화의 확산, 관광객 증가가 맞물리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의 평가도 조심스럽게 올라오고 있다. 세계적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은 베트남 와인에 대해 이렇게 썼다. “베트남의 포도나무는 다른 어떤 곳의 포도나무만큼이나 존재할 이유가 있다.” 완전한 찬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무시하지는 않겠다는 선언이다.

베트남 와인의 수출 현황과 생산 규모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베트남 관광청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 북부 여행의 핵심인 하롱베이와 사파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가 궁금하다면, 베트남 북부 여행 가이드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다.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와인

베트남 와인은 완성품이 아니다.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열대의 포도밭, 기후의 한계, 오디와의 블렌딩, 국제 대회의 금메달. 이 모든 이야기가 한 잔의 와인 안에 담겨 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롭다. 기후의 제약을 기술과 창의력으로 넘어서려는 시도, 그 자체가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닮아 있다.

판단은 직접 마셔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다음 편에서는 달랏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해 시음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 입맛에 맞는 베트남 와인 4가지를 골라드린다.

그래서 어떤 와인을 마셔야 하냐고? 다음 편에서 직접 골라드린다.

베트남 북부를 여행하면서 패키지가 안내하지 않는 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현지 가이드 투어 문의로 연락 주시면 된다. 10년간 이 땅에서 살아온 경험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