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i Old Quarter — Why 36 Alleys Are Still Alive

하노이 구시가지 좁은 골목 아침 풍경

처음 하노이 구시가지에 발을 들인 날, 나는 지도를 접었다. 골목 입구에서 냄새가 먼저 왔다. 향 피우는 연기, 어디선가 끓고 있는 쌀국수 육수, 그 아래 깔리는 축축한 시멘트 냄새. 두 팔을 벌리면 양쪽 벽에 손이 닿을 것 같은 폭의 골목 안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경적도 없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건 관광지가 아니다. 하노이 구시가지는 지금도 살아서 움직이는 도시다.

이곳이 하노이 올드쿼터, 흔히 ’36 거리’로 불리는 구역이다. 하지만 실제로 와 보면 그 숫자가 얼마나 단순화된 표현인지 금방 알게 된다. 골목은 36개가 아니라 76개이고, 그중 47개에 “항(Hàng)”이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이 동네를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간판보다 거리 이름을 먼저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베트남에 살면서 10년 넘게 이 골목들을 드나들었다. 단체 여행 버스가 멈추는 장소는 이 도시의 표피일 뿐이다. 진짜 하노이 구시가지는 그 안쪽, 관광객이 발길을 돌린 다음 골목에 있다. 오늘은 그 안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다.

하노이 구시가지, 거리 이름이 간판보다 정직하다

서울에 ‘을지로’라는 이름이 있듯, 하노이 구시가지의 골목 이름에는 그 거리에서 팔던 물건 이름이 그대로 붙어 있다. “항(Hàng)”은 베트남어로 상품, 거래를 뜻하는 한자 行에서 유래했다. 1010년 리 타이 토 왕이 탕롱(현 하노이)으로 수도를 옮긴 뒤 이 지역에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15세기에는 36개 동업자 조합이 거리별로 전문 상품을 정해 거래했다. 그때 붙은 이름이 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항박(Hàng Bạc)은 은 세공 거리다. 지금도 쇼윈도 안에 장인이 앉아 은을 두드린다. 항다오(Hàng Đào)는 비단 거리였고, 지금은 옷감 대신 관광 기념품이 가득하다. 항마(Hàng Mã)는 종이 공예와 명절 장식품 거리인데, 설(뗏)이나 추석(중추절) 직전에 가면 지붕까지 닿을 듯 높이 쌓인 형형색색 공예품이 골목을 메운다. 평상시에 가면 황량할 만큼 조용하다. 그 편차가 크다. 항고이(Hàng Gai)는 못과 볼트를 팔던 거리였는데, 지금은 실크 스카프 상점이 줄줄이 들어섰다.

10년 거주자로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건, 이름이 바뀌지 않은 거리와 이름만 남은 거리 사이의 간극이다. 항박은 여전히 은 세공이 살아있지만, 항고이는 이름과 현실 사이에 400년의 시간차가 생겼다. 이 도시는 그 어긋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간판 대신 이름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구시가지 항박 거리 은세공품 상점

패키지 투어가 들어가지 않는 골목

관광 버스가 이 동네를 제대로 돌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골목 폭이다. 많은 골목이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 폭이라 대형 버스는 메인 도로에 세워두고 걸어 들어와야 한다. 둘째, 시간이다. 패키지 투어 일정에는 때때로 ‘구시가지 30분’의 자유시간이 배정된다. 이 동네에서 30분은 입구에서 사진 몇 장 찍고 기념품 가게 앞에서 쇼핑하는 시간이다.

내가 자주 데려가는 골목 세 곳을 소개한다. 첫째는 항치우(Hàng Chiếu), 돗자리와 대나무 바구니를 파는 거리다. 새벽 5시에 가면 상인들이 납품받은 물건을 골목 한가득 펼쳐놓는다. 여행자가 없는 시간, 이 동네가 어떻게 하루를 시작하는지를 볼 수 있다. 둘째는 오꽌쯔엉(Ô Quan Chưởng) 문 안쪽이다. 하노이에 유일하게 남은 고대 성문인데, 관광객이 몰리는 낮과 달리 이른 아침이면 주민들이 성문 아래 앉아 차를 마신다. 천 년 된 성문이 그냥 동네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는 장면이다. 셋째는 따히엔(Tạ Hiện) 거리의 낮 12시다. 밤에는 맥주를 마시는 여행자로 가득 차는 거리지만, 오후 12시에 가면 테이블도 없고 사람도 없다. 그 고요함이 이 거리의 진짜 얼굴이다.

이 골목들을 혼자 찾아다니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좁고 비슷한 구조의 골목이 반복되는 데다, 구글 맵도 골목 안쪽에서는 자주 방향을 잃는다. 30분 만에 길을 잃는 여행자를 나는 정말 자주 봤다. 하노이 반나절 도보 투어가 필요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이용해 주세요.

하노이 구시가지 패키지 투어가 들어가지 않는 골목 안쪽

호안끼엠이 하노이 구시가지와 붙어 있는 이유

지도를 보면 호안끼엠 호수는 하노이 구시가지 바로 남동쪽에 붙어 있다. 관광 동선은 대부분 호수에서 구시가지로 올라오는 방향이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걷는 걸 권한다. 구시가지에서 내려와 호수로 향하면, 이 두 공간이 단순히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호안끼엠(Hồ Hoàn Kiếm)은 ‘검을 돌려줬다’는 뜻이다. 15세기 레 로이 왕이 중국 명나라에 맞서 싸울 때 신검을 하사받아 승리한 뒤, 다시 이 호수에서 거북에게 검을 돌려줬다는 전설이 있다. 단순한 설화가 아니다. 왕권의 정당성을 이 도시의 중심 지형에 새겨 넣은 행위다. 상업 지구인 구시가지 옆에 왕권의 성역인 호수를 두는 것. 거래와 권력이 나란히 놓인 이 도시 구조가 하노이를 천 년 수도로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도 하노이 주민들은 이른 아침 호수 주변을 걷는다. 요가 매트를 펴고, 배드민턴을 치고, 연인이 손을 잡고 걷는다. 관광 명소가 아닌 동네 공원으로 이 호수를 쓴다. 베트남 북부 여행을 준비한다면, 이 생활 동선을 따라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하노이가 달리 보일 것이다. 베트남관광청이 소개하는 하노이 여행 정보도 참고해 두면 좋다.

하노이 구시가지 옆 호안끼엠 호수 아침 산책 풍경

하노이 구시가지를 걷는 가장 좋은 시간

새벽 6시. 이 동네의 하루는 시장에서 시작된다. 동쑤언(Đồng Xuân) 시장 안쪽 2층은 이 시간에 가야 한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구역에서 새벽 장을 보는 하노이 아주머니들, 물건 흥정 소리, 생선 냄새와 채소 냄새가 뒤섞인 공기. 이것이 진짜 구시가지의 아침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는 피하는 것이 좋다. 4월의 하노이는 습도와 기온이 동시에 오른다. 좁은 골목 안에서 오토바이 매연과 뜨거운 바닥 열기가 합쳐지면, 30분만 걸어도 진이 빠진다. 이 시간대에 구시가지를 걷는 건 체력 낭비에 가깝다.

해 질 무렵 오후 5시가 가장 좋다. 빛이 골목의 좁은 입구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각도가 생기고, 노점 상인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항마 거리의 형형색색 장식품이 저녁 빛을 받으면 골목 전체가 달라진다. 밤 9시가 넘으면 따히엔 거리에 파이브오전 맥주(bia hơi)를 마시는 사람들이 가득 찬다. 하노이 닭구이 골목으로 불리는 항로이(Hàng Lợi) 인근에는 짯짯한 닭구이 연기가 거리 전체를 감싼다. 현지인과 여행자가 플라스틱 의자에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는 그 장면, 그게 하노이의 밤이다.

해질 무렵 하노이 구시가지 노점 풍경

하노이 구시가지는 ‘보는’ 곳이 아니다. 속도를 맞추는 곳이다. 이 도시는 천 년 동안 상업 도시였고, 지금도 그 리듬으로 움직인다. 빠르게 통과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천천히 뒤처지는 게 맞는 동네다. 관광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이 도시의 표면만 스치고 나온다. 골목 안쪽으로, 두 번째 골목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하노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The author resides in Ha Long Bay and works as a tour guide, operates a travel agency, and engages in local investment. For private tour consultations and travel inquiries, please use the 'Tour Inquiry' option in the top me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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