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 전설은 아직 살아있다

호안끼엠 호수 새벽 풍경

새벽 5시의 호안끼엠 호수는 관광 사진과 다르다. 안개가 수면 위를 낮게 깔리고, 가로등 불빛이 물 위에 번진다. 그 둘레를 빠르게 걷는 사람들이 있다. 운동복 차림에 이어폰을 꽂고, 손에 물병을 쥔 채. 관광객이 아니다. 하노이 시민들이다.

나는 이 시간에 몇 번이나 여기 서 있었다. 처음에는 우연이었다. 이른 비행기를 잡으러 나왔다가 호수 옆을 지나쳤는데, 그날 이후로는 일부러 일찍 나오게 됐다. 이 도시가 어떻게 하루를 시작하는지 보고 싶어서. 하노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새벽을 한 번만 경험해도 이 도시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호안끼엠 호수는 하노이 구시가지 한복판에 있다. 관광 코스에 빠지지 않는 곳이고, 낮에는 사람으로 넘친다. 그런데 그 장면만 보고 떠난다면, 이 호수의 절반을 못 본 것이다.

새벽 5시,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는 누가 있는가

호안끼엠 호수 새벽 운동하는 하노이 시민들

호안끼엠 호수 둘레는 약 1.8킬로미터다. 새벽 5시가 되면 이 둘레가 하노이 시민들의 생활 공간으로 바뀐다.

배드민턴을 치는 무리가 있다. 네트도 없이, 서로 마주 보며 셔틀콕을 주고받는다. 그 옆에서는 태극권 동작을 천천히 반복하는 할머니들이 있다. 조금 더 가면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는 그룹이 보인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남자도 있다. 그가 실제로 물고기를 잡으려는 건지, 그냥 앉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이 사람들에게 호수는 공원이 아니라 거실이다. 거실에서 아침을 시작하듯, 이들은 이 호수 주변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특별한 목적 없이 나온 게 아니다. 매일 이 시간에 이 자리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왜 이 시간일까. 하노이의 낮 기온은 여름에 35도를 넘는다. 운동은 해가 뜨기 전에 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 한복판에서 가장 공기가 좋고, 차량이 없고, 사람이 이어지는 길이 바로 이 호수 둘레다. 이 새벽은 관광 코스에 없다. 그래서 여기에는 오로지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만 있다.

거북이 전설은 어떻게 아직 살아있는가

호안끼엠 호수 응옥선 사당

호안끼엠(Hoàn Kiếm)은 “반납한 검(還劍)”이라는 뜻이다.

15세기 초, 베트남은 명나라의 지배 아래 있었다. 레러이(Lê Lợi)라는 장수가 항쟁을 이끌었는데, 전설에 따르면 그는 호수에서 신령한 검을 얻었다. 그 검으로 10년에 걸친 저항 끝에 명나라를 몰아내고 황제 자리에 올랐다. 통일을 이룬 뒤 황제가 된 레러이가 배를 타고 이 호수를 유람하던 중, 황금 거북이가 물 위로 올라와 검을 돌려받아 사라졌다. 그 뒤로 이 호수의 이름이 호안끼엠이 됐다.

전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호수 안에는 작은 섬이 있다. 그 섬에는 응옥선 사당(Đền Ngọc Sơn)이 있다. 붉은 테훅교를 건너 들어가는 이 사당 안에 거북이 두 마리가 유리 케이스 안에 안치되어 있다. 하나는 1967년 호수에서 죽은 채 발견된 거북이를 박제 처리한 것으로, 무게 200킬로그램, 체장 1.9미터에 달한다. 안내판에는 “500년 이상 된 개체”라고 적혀 있다.

다른 하나는 Cụ Rùa(大祖 거북)다. 2016년 1월 19일, 호안끼엠 호수에서 마지막으로 살아있던 거북이가 죽었다. 베트남과 독일의 전문가 팀이 플라스티네이션(수지 주입 보존) 작업을 진행했고, 2019년 3월부터 사당 안에 전시되기 시작했다.

전설의 거북이는 이제 유리 케이스 안에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 사당에 들어선 사람들이 여전히 조용해진다는 것이다.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찍다가도 케이스 앞에서는 잠시 멈춘다. 전설이 유리 케이스 안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그 유리 케이스가 전설을 살아있게 만드는 장치가 된 것처럼 보인다.

호안끼엠 호수 거북이의 역사와 종 분류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Wikipedia의 Hoan Kiem turtle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수 주변 골목은 하루 동안 이렇게 바뀐다

호안끼엠 호수 저녁 골목 풍경

호안끼엠은 하루 동안 네 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같은 장소인데, 몇 시에 서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진다.

새벽 5시에서 7시까지는 시민의 시간이다. 앞에서 말한 운동하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관광객이 없다.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오전 8시부터는 카페와 학생들이 들어온다. 호수 근처 골목 카페들이 테이블을 내밀기 시작하고, 하노이 대학교 쪽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학생들이 보인다. 쏙쓰아(xôi xéo, 황금 찹쌀밥) 포장마차가 길 모퉁이에 서고, 직장인들이 서서 아침을 먹는다.

오후에는 관광객이 피크다. 투어버스가 멈추고, 가이드가 깃발을 들고 일정한 속도로 걷는다. 테훅교 앞에 사진 찍는 줄이 생긴다. 이 시간에 이 호수를 처음 본 사람은 관광지로 기억하게 된다.

저녁 6시 이후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하노이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나온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길거리 음식 포장마차가 연기를 내뿜는다. 조명이 켜진 테훅교가 물에 반영되고, 사당의 윤곽이 어둠 속에서 도드라진다. 이 시간에는 관광객과 현지인이 섞여 있지만, 분위기는 낮과 전혀 다르다. 낮은 구경하는 시간이고, 저녁은 살아가는 시간이다.

하루 종일 이 골목을 함께 걷고 싶다면, 현지 가이드와 함께하는 하노이 도보 투어를 추천합니다. 어느 시간에, 어느 골목에 앉아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투어 문의하기

패키지 투어가 호안끼엠을 보여주는 방식

패키지 일정표에서 호안끼엠은 보통 이렇게 적혀 있다. “호안끼엠 호수 관람 및 자유시간 (30분).” 버스가 서고, 가이드가 사진 찍기 좋은 각도를 알려주고, 테훅교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다시 버스를 탄다. 본 것이 있다면, 호수의 표면이다.

현지 시선으로 이 호수를 경험한다는 건 다른 이야기다. 예를 들어, 호수 북쪽에 있는 딘리엣(Đinh Liệt) 골목 안에 가면 오래된 에그커피 가게가 있다. 오전 9시에 이 가게 2층 창가 자리에 앉으면 아래로 호수 쪽으로 오가는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보인다. 관광지 메뉴판에는 이 골목이 없다.

또는 금요일 저녁이라면 호수 주변 보행자 구역이 열린다. 차량이 통제되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진다. 길거리 공연이 열리고,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자전거 행렬이 호수를 돈다. 이 장면은 평일에는 없다.

패키지가 보여주는 것은 호수의 얼굴 중 하나다. 나머지는 몇 시에 어디에 서 있느냐에 달려 있다.

베트남 북부 여행의 전체 그림이 궁금하다면, 베트남 북부 여행 가이드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다. 하노이가 어떤 도시인지, 어떤 맥락에서 이 호수를 봐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안끼엠은 하노이의 맥박이다

관광지에는 정해진 감상법이 있다. 입장권을 사고, 사진을 찍고, 나온다. 호안끼엠은 그런 장소가 아니다. 입장권도 없고, 나오는 시간도 없다. 하노이 사람들이 매일 아침 나와 운동하고, 아이들이 방과 후 뛰어다니고, 노인들이 바둑판을 펼치는 곳이다. 이 호수는 하노이라는 도시의 맥박 같은 곳이다. 뛰고 있다. 항상.

전설의 거북이는 유리 케이스 안에 있다. 하지만 그 앞에서 멈추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전설은 살아있다. 새벽에 이 호수 둘레를 걷는 시민들이 있는 한, 이 도시는 살아있다. 호안끼엠은 과거와 현재가 같은 물 위에 떠 있는 곳이다.

패키지가 아닌 방식으로 하노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10년 현지 가이드가 직접 안내해드립니다. 어느 골목 카페에서 몇 시에 앉아야 하는지, 금요일 저녁 보행자 구역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새벽 5시 호수 둘레를 누구와 걸어야 하는지. 개인 맞춤 하노이 투어 상담


다음 편에서는 호안끼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하노이 구시가지(36 골목) 이야기를 쓴다. 이름은 알지만 실제로 어떻게 돌아다녀야 하는지 모르는 그 골목들에 대해.

하롱베이에 거주하며 투어가이드·여행사 운영·현지 투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어 상담 및 여행 문의는 상단 메뉴의 ‘투어 문의’를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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